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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비·학자금까지…대학생·취준생도 '위험천만한 빚투' 본문
지난해부터 이어진 2030 세대의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에 최근 들어 수입이 없는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까지 뛰어들고 있다.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니 학자금 대출이나 전세자금을 동원해 '개미 투자자' 대열에 합류하는 사례도 나온다.
대학원생 오모씨는 지난해 미국 테슬라 주식 급등 소식을 듣고 '서학 개미'가 됐다고 했다. 그는 조교 일을 하며 받은 월급에 학자금 대출금을 모아 테슬라에 '올인'했다.
계속 주가가 상승세이던 테슬라는 오씨의 매수 시점 이후 액면분할을 단행했고, 주가는 30% 이상 급락했다. 놀란 오씨는 빠르게 '손절'하고 시장을 빠져나왔지만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날렸다.
만회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오씨는 다른 투자처를 찾았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처를 찾던 그에게 가상화폐 가격이 빠르게 상승 중이라는 뉴스가 보였다.
때마침 살고 있던 투룸의 계약기간이 끝났던 오씨는 전세금의 절반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현재 반지하 원룸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매일 가상화폐 거래소의 시세 창을 들여다보며 울고 웃는다.
오씨는 4일 "가상화폐 투자금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가격이 내려가면 종일 불안하다"며 "그래도 시장 전망이 아직 괜찮은 만큼 추가로 돈을 마련해 투자금을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도 지난해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고 투자에 뛰어들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에 학자금·생활비 대출까지 모아 500만원을 만들었다.
김씨는 "시장 상황이 너무 좋다 보니 이득을 좀 더 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출까지도 투자금으로 넣게 됐다"며 "20% 정도 이득을 보고 팔았고 현재는 대출을 모두 갚았다"고 말했다.
부모님 명의까지 동원한 대출로 종잣돈을 마련해 투자를 시작하기도 한다. 취준생인 진모씨는 지난달 부모 명의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10만원 정도의 용돈으로 시작한 투자가 수익을 내자 투자를 늘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진씨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어렵고, 취업도 안 되다 보니 수입이 없어 오랫동안 힘들었는데 주식을 하면서 용돈벌이 정도는 하게 됐다"며 "현재는 수익이 나고 있지만, 과열된 주식시장이 조만간 급락할 것이라는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도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빌려 하는 투자는 일반적인 '빚투'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물경제의 침체가 길어지면서 취업이 어려워진 청년들이 빚을 내서라도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감당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원칙을 지키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나면 '빚투' 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수입이 적거나 없는 취약계층의 피해가 가장 클 수밖에 없다"면서 "코스피가 떨어진 후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개미들의 선두에는 20대 학생들이 서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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