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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왜 12년형인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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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왜 12년형인가?

author.k 2017. 11. 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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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 2008년 12월 11일에 발생한 아동 성폭행 및 중상해 사건. 사건 발생 약 1년 후 방송에서 그 전말이 밝혀지고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한국에 아동성범죄에 관한 논란을 거세게 불러 일으켰다.

왜 12년형인가? 그게 그 당시 최대형이었기 때문이다.

가해자 조두순은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음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대법원에서 징역 12년형과 전자발찌 7년 신상공개 5년의 형을 확정지었다. 


참고로 대한민국 형법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01조 (강간 등 상해, 치상) "제 297조 내지 제 300조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305조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13세 미만의 사람에게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8조, 제 301조 또는 제 301조의2의 예에 의한다."


한 짓에 비하면 형이 가볍다며 대법원을 비판하는 주장이 있으나, 이 사건은 피고인인 조두순만이 상고한 사건이기 때문에 피고측이 상고한 사건에 대해 원심의 선고형보다 중한 형벌을 선고할 수 없다는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상 대법원은 원심의 선고형이 부당하게 높냐만 판단할 수 있을 뿐 절대로 2심의 형 이상을 선고할 수 없다. 때문에 검사가 상고를 안 한 것이 문제가 된다는 의견이 있고, 실제 대정부질문에서도 상고를 안 한 검사를 질타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검사가 상고를 안 한 것도 속사정이 있는데, 이건 검사가 상고를 안 한 게 아니라 할 수가 없는 사안이다. 현행 대법원 판례 대판69도472 및 대판81도2898에 따르면 검사는 징역 10년 이상을 선고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상 오류를 제외하고는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가는 이유로는 상고를 할 수 없다고 대법원에서는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만 국한해 보자면 검사의 "쟤가 어떻게 심신미약이냐?"라는 이유나 12년이 너무 솜방망이 처벌이라든가 하는 이유로는 애초에 상고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판례는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상고 자체가 금지되어 있지는 않다. 또한 아래에 설명된 심신미약에 관한 부분에 있어서는 1, 2심에서 심신미약이라고 쉽게 단정하고 특별히 더 증거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으므로, 재판에 중대한 법리상 판단누락이 있었다고 상고 이유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조두순 사건 이후 검찰에서는 상고 기각을 각오하고서 10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대해서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를 하고 있지만, 대법원 측에서 사실관계상 오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순수 양형부당만으로 검찰의 상고를 받아준 사례는 현재까지 한 번도 없다.


또한 국정감사 당시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검찰 측을 가장 크게 비난한 부분은 검찰 측에서 애초에 잘못된 법을 적용해서 사건을 다루었다는 점이었다. 검찰은 본 사건을 강간상해로 재판에 넘겼는데, 여기서 검찰이 적용한 형법상 강간상해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당시 성폭력특별법이 개정이 되서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상해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었고, 피해자는 사건 당시 12세 8개월이었으니 후자의 법이 적용되었어야 했다는 것. 

당시 안산지청장의 해명에 따르면 성폭력특별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상해 법정형에 무기징역이 빠져있어 오히려 해당 형법을 적용하는 것이 더 무겁게 처벌됐길래 그랬다며, 이전 관례에 따라 처리하다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사실상 실책을 인정했다. 당시 서울고검장은 법적용 부분에 대한 오류가 있었고, 피의자가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던 상황이어서 유죄를 받았다는 것에 집착해 양형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고 한다. 이후에 감찰 대상이 될 순 없다고 했다가 의원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판결문에서는 본래 무기징역이 합당하다고 보지만 심신미약 상태의 감형 문제로 12년으로 줄였다고 하며, 대한민국 유기 징역의 최고치가 15년이니 형법상으로는 대단한 중형을 내린 것이다. 


또한 유럽대륙 (독일,프랑스)에서 유래해 현재 EU에서 쓰이고 EU 가입조건을 무조건 사형제 폐지로 내세울 만큼 처벌 보다 교화에 방점을 둔 유럽대륙법을 수용한 우리나라의 형법은 형벌의 가중/감경에 있어서 반드시 법에 정한 방법대로만 할 수 있다. 그로인해 EU법과는 차별된 법체계를 가진 영미법의 미국과 같이 매우 긴 징역형을 매기는 식의 양형은 한국에서 어렵다. 징역을 법률상 가중하더라도 법정 최고형의 1.5배까지만 가중할 수 있고, 그나마도 유기징역의 상한이 있기 때문. 또한 감경사유가 일단 인정된다면 유기징역형의 경우는 무조건 법정형을 1/2로 감경해야 하고, 앞에서 적은 바와 같이 사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만' 감경 가능하다. 이렇게 형의 범위를 정해놓고, 법관은 그저 그 범위 안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라 형량을 정할 권한만 있는 것이다. 법률상 감경할 사유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만 감경하는 식의 양형은 우리나라의 법제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때문에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인 조두순 사건은 일단 심신미약이라는 감경사유가 인정되는 순간, 당시 법제 기준 7~15년의 양형만 가능한 것이다. 게다가 법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사실상 "양형기준" 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당해 사건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권고형량이 최대 11년까지다. 권고형량 범위를 벗어나는 것도 판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무기징역을 선택한 후 감형한 담당 판사는 대단히 무리해서 당시 유기징역의 상한선에서 딱 3년이 부족한 12년씩이나 때린 것.

사실 조두순 사건 당시 우리나라의 형량 기준이 범죄자에게 유리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 엄격했던 이유는 형벌의 남용이 오히려 더 큰 부정의라고 보는 시선이 더 우세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신헌법 당시 정부를 욕했다는 이유만으로 징역형을 살 수 있었을 정도로 형벌의 남용이 횡행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당연한 공리처럼 인정되며, 법관의 양형에 대한 사회적인 불신이 격심했던 경험이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오히려 신분이나 사정에 관계 없이 형량을 똑부러지게 정하고 법관의 재량의 범위를 줄여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더 컸다. 다만 헌법상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은 보장되고, 이 고유 권한을 침해하는 것 또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법원은 절충안으로 형량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자 권고기준인 양형기준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법관들이 이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면서 법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하급심에서 심신미약을 인정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심신미약은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상태' 일 텐데, 범인은 증거인멸을 시도하는 등 오히려 매우 이성적인 행동을 취했는데 그걸 어떻게 심신미약으로 칠 수 있을까? 현재 돌아다니는 1심 판결문을 참고해보면 통상 판결문에서는 '어찌어찌한 걸 봐서는 심신미약'/'어찌어찌한 걸 봐서는 심신미약 아니다' 라고 쓰는데 판사는 단지 사실관계에서 단 한 번 피고인이 심신미약에 빠진 상태였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사실상 변론 과정에서 변호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고 해도 검사가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항변도 안 했나? 

또한 검사가 상고를 할 수 없는 사안이므로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이 1심보다 형량을 높일 수도 없다. 지금까지 술 마셨다고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술 마셔서 기억이 없다고 하면 개정의 정이 없다고 본 사례가 많은 것을 볼 때, 상고가 가능했다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을 인정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소위 킬러 조 사건에서도 1심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감경을 인정했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원인으로부터 자유로운 행위이므로 형법 10조 3항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심신장애가 있으면 감경해준다는 조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에 따라 감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제는 위 사건의 범죄자 조두순에게 더 형을 지게 하려면 새로운 범죄 사실이 드러나는 수밖에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범행 당시 술에 취했거나 알콜 중독자인 상황에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이유로 성범죄를 감형 받은 선례는 이 사건 이전에도 상당히 있었다. 법률에 '감경한다'라고 되어있기 때문에 일단 심신미약이 인정되면 감경을 할지 안 할지의 여부는 판사의 재량이 아니다. 이렇듯이 현실성과는 동떨어진 판례가 계속 나오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법조계에서 아동 성범죄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나오는 전문가들은 법률 전문가들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주장은 이들이 법 적용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

어쨌든 이 사건의 영향인지 이후 성추행범, 성폭행범 등이 체포되면 "그때 술 취해있어서 기억 안 남" 이라는 개소리 을 치는 일이 늘었다. 사실 '술에 취해 기억이 없었다' 는 범죄자의 단골 변명이다. 물론 상술한 바와 같이 만취에 따른 심신미약은 정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신을 통제할 능력이 없음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저지른 경우에나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처벌을 면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형량 강화 필요성이 나왔고 결국 2010년 유기징역형이 상향 조정되었다. 유기징역은 본질적으로 범죄자를 교정한 뒤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선에서 형을 선고해야 한다. 기본이 30년인 건 그렇다 쳐도 가중이 50년인 것은 정도가 지나쳤다는 의견도 있다. 무기징역이 선고된 사람들도 초악질이 아닌 이상은 감옥에서 가석방이니 모범수 선발이니 조치를 받으면 3-40년쯤 뒤엔 감옥을 나올 수 있다. 무기징역이 없다면 50년 형도 생각해볼 만 하지만, 한국에는 교정당국 측이 교화가 불가능한 범죄자를 영구 격리할 권리가 부여된 무기징역이라는 제도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던 형량감경의 범위도 상당히 올라가게 되었다. 과거 무기징역의 법률상 감경은 7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감형하게 되어있었고, 법률상 감경은 거듭해서 할 수 있으므로, 다시 작량감경을 한다면 3.5년~7.5년까지 감경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10년~30년, 가중사유 있을 시 50년의 유기징역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심신 미약을 인정한 뒤, 감경을 다시 하더라도 5년~15년까지 징역 선고가 가능해진다.

또한 술을 마셔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형 감경을 주장하는 사례에 대해 비난 여론이 격렬해지자, 음주 또는 약물로 심신장애 상태일 때 발생한 성 범죄에 한해서는 아예 법관 재량으로 심신미약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들어내버릴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되었다. 이는 심신장애가 인정되면 반드시 형 감경 또는 면제를 해야했던 종전의 형법에 대한 특별규정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 참조. 이를 세간에서는 조두순 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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