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큐레이션
'2701호' 사태는 예견된 갈등 본문
이번에 '2701호'에서 일어난 일은 여러 부작용의 '종합세트'입니다. 사상 초유의 겨울 월드컵으로 인한 빡빡한 일정 탓에 해외파는 해외파 대로, 국내파는 국내파 대로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카타르 도하에 모였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채용 당시부터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의무팀장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팀장은 2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으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지만 무너진 신뢰는 쉽게 복원되지 않았습니다. 선수 생명, 인생을 걸고 나서는 대회에 내 몸을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맡기려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공간이 '2701호' 입니다. 억대의 부대 비용을 선수들은 갹출했습니다.
그리고 주치의를 비롯한 협회 의무팀과 '2701호'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렸습니다. 이 갈등을 협회는 중재하지 못하고 '원칙'뒤에 숨어 방관했습니다. 그나마 전례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원정 16강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공식 치료실과 비공식 치료실이 갈등을 빚으면서도 각자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적어도 선수 치료에 있어서는 모두가 한 마음이었습니다.
반복되는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몽규 회장에게 있습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정 회장 주도로 조직 개편을 단행한 뒤 모든 분야에서 행정력이 뒷걸음질 쳤습니다. 이른바 '애자일(Agile)' 조직입니다. 축구과학팀도 이 무렵 조직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이후 벌어진 행정 난맥상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민망합니다. 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가장 역사가 깊은 대회, FA컵(부산교통공사:FC서울)은 보안인력마저 배치되지 않은 채 동네축구보다 못한 환경에서 치러졌고,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아시안컵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들은 협회가 귀국 항공편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소속팀 합류 일정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후 동아시안컵에 나서는 A 대표팀은 '비자 지각 신청'으로 체면을 구겼고, 협회 고위층이 벤투 감독의 용인술을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비판해 물의를 빚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에 시작부터 완패가 예상된 싸움이었던 아시안컵 유치전은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극치를 보여줬습니다. 국내 체육 단체 중에 최고의 행정력을 갖췄다고 자부하던 엘리트 조직이 이제는 '역대 최악의 행정력'이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카타르 월드컵 최고의 샛별로 떠오른 조규성은 '2701호' 관련 질문을 받고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이 어색한 침묵이 흐른 몇 초가 다른 모든 멋진 발언을 집어삼켰습니다. 스포츠 과학이 발전할수록 선수 관리 체계는 전문, 세분화되고, 선수들의 요구 수준은 높아질 겁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갈등을 통합하며 미래지향적인 해답을 제시할 책임은 정몽규 회장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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