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큐레이션
주식 투자를 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이번 게임스탑 사건을 통해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본문
보통 이번 사건에 대해 “1)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많이 친 종목 중 게임스탑이 개미들의 눈에 들어옴 2) 개미들이 힘을 합쳐 현물과 콜 옵션(현물이 오르면 이득을 보는)을 대량으로 매수함 3) 현물 가격이 오르며 손해를 크게 볼 가능성이 높아진 헤지펀드는 결국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현물을 급하게 매수하게 되며 가격은 더 오름(숏 커버링, 이어 숏 스퀴즈)”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빠진 게 있다면 델타 헷지, 감마 스퀴즈인데요.
위에 개미들이 콜 옵션을 대량으로 매수했다는 말씀을 드렸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파는 사람 역할은 시장조성자, 주로 기관이 담당하고요. 즉, 게임스탑 현물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개미들은 이득이고, 콜 옵션 매도를 한 기관들은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오더 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요. 우리가 주식을 사고 팔 때 증권사를 통해 거래를 하고 그 증권사에 기록이 차곡차곡 쌓이듯, 옵션도 매수든 매도든 주문을 받으면 그 기록들이 생기겠죠. 이를 오더 북이라고 합니다. 시장조성자는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 담긴 이 오더 북을 참고하여 의사결정을 하는데요. 콜 옵션 매수가 많이 들어오면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혹시 모를 위험을 헷지하기 위해 옵션의 기초자산인 현물 주식도 매수하죠. 델타란 옵션 가격의 변화와 기초자산 가격의 변화를 토대로 만든 수치이고,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르면 이 델타값도 같이 올라갑니다. 이 델타값이 올라감에 따라 시장조성자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보통 현물 매수를 통해 헷지를 하게 되고, 이를 델타 헷지라고 합니다.
감마는 기초자산 가격의 변화와 델타의 변화를 수치화한 것인데요. 게임스탑처럼 개미들의 강한 매수세로 콜 옵션 행사가에 근접하게 되면, 델타값도 움직여 콜 옵션 매도자의 리스크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됩니다. 그러면 매도자 입장에서는 현물을 더욱 가열차게 매수하여 헷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현물 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이를 감마 스퀴즈라고 합니다. 게다가 지금 이 게임에 입장한 개미들은 여의도 매매방에 모인 몇십 명이 아닙니다. 온라인 플랫폼, SNS 등을 통해 일체화된 일종의 거대한 불특정 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Hold the line!!!”을 단체로 외치며 매물을 내놓지 않으니, 주가는 스페이스X 팰컨을 타고 우주로 가게 된 것이죠.
즉 게임테크 사건은 개미들이 쏘아 올린 레이스는 맞지만, 무슨 현물시장에서 개미들의 자금으로 게임테크 거래 볼륨이 빅테크 거래 볼륨보다 더 큰(...) 현상을 만든 건 아닙니다. 오히려 개미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옵션 구조와 기관의 메커니즘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판을 크게 키우는 데 성공했다는 정도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일을 통해 뭉치면 월가도 한 방 먹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우리 개미들이 현 방식을 계속 고수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다른 전장에서도 계속 이길 수 있을까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게임스탑같이 규모가 작고, 공매도 잔고가 비상식적으로 많고, 주가가 바닥을 찍던 종목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 사건을 주도한 미국 개미들의 자신감이 과도하여 선을 넘으려는 행태가 보이는데요. 심지어 다음 타겟으로 종이 은시장과 관련 회사를(우리가 아는 그 실버 맞습니다) 지목하고 있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게임스탑 배틀은 동네 실내수영장 바닥에 바둑돌 하나를 놓고 일반인과 해녀 중 누가 빨리 잡는지 경쟁하여 일반인이 이긴 정도고, 은 시장은 실제 파도가 치는 깊은 바다에서 장비 풀세팅한 전문인력과 노기어 일반인이 대결하는 꼴입니다. 은은 화폐 성격도 있지만 많은 산업에서 원자재로 쓰이는 중요한 자원이라 개미들이 움직이고 자시고 할 수 있는 성격의 시장도 아니고, 지금까지 개미들의 불장난을 지켜보기만 하던 찐 고래들도 두고만 보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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