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큐레이션
클로에 모리츠는 참 영화 고르는 안목이 없네요. 본문
2021년 1월 1일 아마존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된 첫 영화는
클로에 모리츠 주연의 'Shadow in the Cloud'입니다. 구름속의 그림자.
예고편 자체만 놓고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것 같기도 하면서도, 또 감이 안 잡히는 부분도 있습니다.
- 2차세계대전 태평양 전쟁에 투입된 폭격기.
- 남자들만의 세계에 갑자기 튀어 들어온 공군 여장교
- 같이 비행하는 남자 승무원들과도 공유할 수 없는 그녀의 비밀스런 배달 임무
- 밤 비행
- 언제 공격해올지 모르는 일본 전투기 편대
- 여성차별, 성희롱, 여자무시.
- 그리고 수천미터 상공에서 갑자기 폭격기에 붙은 괴물.
이 정도면, 그럴듯한 전쟁스릴러 영화 혹은 공포영화를 만들만한 훌륭한 재료들은 다 준비된 셈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멤버이고, 해외 스트리밍 감상이 가능한 VPN도 쓰고 있어서, 미국으로 VPN설정을 하고 유료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를 보고난 감상은?
첫째, 개떡같은 스토리. 정말 괜찮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요소들과, 연기력이 평균 이상은 되는 클로에 모리츠 배우를 가지고, 어쩌면 영화를 이딴 식으로 만들었나,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 이딴 대본을 가지고 영화 제작을 하겠다고 펀딩을 받았을까가 심각히 의심스럽습니다.
아. 한가지는 인정해줄 수 있습니다. 영화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는 전개인 것은 사실입니다.
왜 갑자기 아무도 모르는 공군 파일럿이자 정비공인 여자 장교가 폭격기 출격 업무에 배정되었는지,
극비에 부쳐진 비밀 화물이 무엇인지,
일본 전투기들의 공격을 과연 얼마나 막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수천미터 상공에서 나는 폭격기에 붙은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관객들을 궁금하게 하는 수많은 의문점이 있지만,
그 의문점들의 해소 과정을 보면 "에고,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전형적인 페미니즘 영화, 즉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다 바보이고 (아, 1명 빼고), 성희롱과 성차별, 여자무시가 생활 그 자체인 일생에 거의 도움이 안되는 족속들이 현실에 대응을 못해 우왕좌왕만 하다 몇몇은 죽고, 여자주인공 덕택에 살아남은 몇몇도 있지만, 끝까지 아무 도움이 못된다는 묘사. 거기에 반해 여자주인공은 '여자'이고, 나이도 어리고, 예쁘기까지 하지만, 비행기 구조에 대해서도 빠삭하게 아는 정비공이자, 비상사태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비행기 조종도 잘 하고, 리더쉽까지 있다는 묘사는 영화 끝까지 반복됩니다. 그렇다고 원더우먼처럼 나머지 다 보통인간이고 혼자 초능력자나 슈퍼히어로라는 설정도 아닌데도, 벌어지는 일들에 비해 너무나 침착하고, 항상 명확히 현실판단을 하고 있어,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그다지 공감이 가지도 않습니다.
셋째, 이런 영화가 끝까지 긴장감을 갖고,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장치는 바로 '불확실성' 혹은 '미지(未知)'입니다. 극도의 긴장상태와, 스트레스, 공포가 깔린 상황에서 나타나는 괴물. 그것도 주인공만 목격한 괴물. 이라면, 당연히 그 괴물이 진짜인지, 아니면 공포와 스트레스로 만들어진 헛것인지 모르는 상태 그 자체가 영화를 받치는 대들보가 되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언제나 통하는' 장치를 쉽게 포기합니다. 괴물의 정체가 너무 눈에 보이게 들어나고, 그 한계도 보여주면서, 공포는 공포가 아니게 되는 거죠. 나중에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넷째, 섞이지 않은 어정쩡한 장르. 전쟁, 공중전투, 괴물호러, 성차별 같은 분명한 장르가 모두 섞여 있는데, 이것들이 장르적인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장면, 장면마다 따로 놉니다.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된 것이죠.
새해 첫 영화 치고는 참 많이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극장개봉을 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료로 보실 기회가 생기더라도,
돈이 문제가 아니다. 시간은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다시 한번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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