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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국정원과 '하얀 방', 공작관들 "진상규명 필요" 본문
1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국정원과 하얀 방-공작관들의 고백'이라는 특집이 진행됐다. 김태경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PD수첩 측에서 전 해외 국정원 공작원인 제보자의 증언을 듣고 만들어본 세트장에 가본 뒤 "시간 감각, 공간 감각을 효과적으로 잃을 수 있도록 고도로 설계된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시행했던 '하얀 방' 고문은 "정신적 살인"이라고 할 정도로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김태경 교수는 말한다. "만약에 실제로 이런 일을 했다면 이건 의도된 가능성이 높고, 이런 식의 고문이 그런 결과를 초래하는 걸 알고 했을 확률이 높다"고 김태경 교수는 말했고, 3일 동안 그 '하얀 방'에 있던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3일 동안 진짜 여기서 나가야겠단 생각만 했거든요"라고 전했다.
"저느 25년을 같은 사무실을 썼는데 사무실을 간다고 갔는데 의식이 돌아왔는데, 지하였어요"라고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전했다. 제보자의 아내는 "사람이 하여간 혼이 빠진 것 같았어요. 횡설수설하고요. 뜬금없는 소리를, 정말 앞뒤 없는 그런 소리도 하고. 그 다음에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러면서 창가를 서성서성하고. 이 상태로 제가 두면 큰일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상태로 자살을 할 거 같으니까"라고 증언했다.
이후 그는 해리 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제보자가 진단받은 해리 장애는 어떤 질환일까. 김영우 정신과 전문의는 "쉽게 말해서 해리장애라고 하는 것은 심한 상처나 굉장히 힘든 정서적 상태에서 환자 스스로가 그 증세로부터 심리적으로 탈출하려는 거예요. 기억이 잘 안 난다든가 평소보다 조금 이상한, 나사가 풀린 듯한 태도를 보인다든가 엉뚱한 곳을 간다든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하얀 방에 대한 제보자의 증언은 신뢰할 수 있을까. 김영우 전문의는 "제보자가 만약에 이것을 다 거짓으로 말한다 해도 심리검사에서 걸려요.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의학적 소견이다"라고 얘기했다. 제보자의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아침 잘 먹고 회사 다녀올게, 하던 사람이 완전히 사람이 이상해져서 집으로 왔더라고요. 그것도 내리 3일 동안이나. 그러더니 정신병원에 입원했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병원에서 이 상태로는. 그것도 대공수사라든지 간첩을 만난다든지 이런 일을 하다가 다쳐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니고. 저는 너무 이해가 안 되는거죠"라고 말한다.
3일 내내 하얀 벽만 바라보게 방을 만들어두고, 심한 정신질환에 시달린 제보자. 이야기를 지어냈을 가능성은 적다고 정신과 전문의는 판단한 상태. 그런데 왜 국정원은 간첩도 아닌 직원에게 이러한 가혹 행위를 한 것일까. 2012년 12월 11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터진 국정원 댓글 사건.
댓글로 여론 조작을 하던 국정원 직원은 35시간 만에 밖으로 나왔다. 국정원 댓글 공작을 주도한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었다.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그 당시에도 댓글을 달아서 정권을 재창출한단 생각은 아무도 안 했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아무리 여론의 영향을 받더라도 누가 어느 곳에 댓글을 달았는데 '문재인은 빨갱이라더라'이렇게 해도 '문재인 안 뽑아야지' 이렇게 생각은 안 해요. 댓글이 정치의 큰 줄기는 아니었던 거예요"라고 말한다.
"해외에서 처음 실시되는 재외국민 선거에 종북좌파 세력이 관여하게 되면 선거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가늠할 근거가 전혀 없었어요. 통계자료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이 예상하지 못한 재외국민 선거라는 리스크를 누가 관리를 하며 다뤄 나갈 것인가에 대한 것을 한 거죠"라고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전한다.
당시 재외 국민투표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까지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가 있었다. 강경태 정치학 교수는 "우리나라 대선에서 가장 격차가 적게 난 것은 97년도 대선"이라 말하며 "재외국민 투표권을 가진 분을 많게 보면 300만 표, 또 보수적으로 보면 200만표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충분히 대선 승리자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라고 얘기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재외투표권에 관심이 많았다 한다.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원세훈 원장의 지시라고 해서 받았는데, 사람들이 특정한 후보, 종북 좌파 후보에게 투표를 하게 되면 국정원이 사라질 수 있다"라고 증언한다.
당시 일본에서 여권 발급에 관여했던 전 국정원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 B는 "소위 말해서 모든 게 좌파 척결. 국정원의 업무는 좌파 척결이에요. 북한 관련 업무가 아니고 북한도 좌파, 야당도 좌파, 국정원에 있는 호남 출신 직원들도 좌파. 저희들도 해외에 나가서 하는 것이 좌파 척결이 주 임무였습니다"라고 증언한다.
원세훈 원장의 모토였던 '좌파 척결'은 여권 발급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권을 없애서 투표를 못하게 하면 2표의 효과가 있다는 거죠. 플러스, 마이너스 계산을 하면 2표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 이상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해서 계속 지시가 내려옵니다"라고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 B는 전했다.
정미경 국회의원은 당시 북한의 선거개입설을 주장했었는데 이는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 구영식 기자는 "조총련계에서 실제로 그런 선거 조직에 움직임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도 않았고요. 보도들이 대체로 보수언론을 통해서 나온 걸 짐작해보면 당시 국정원에서 그런 얘기들을 흘리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사전에 언론 플레이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전 해외 공작관은 증언한다. "심지어 선관위까지 언론에 나온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다 작업을 하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작업한다, 공작을 한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사업을 하니 그 사업을 하기 위한 배경을 서울에서 만들어 주는 거죠"라고 해외 공작관 B는 덧붙였다.
이런 일본에서 여권 발급을 제한하는 공작이 시작된 것. 재일 동포 A씨는 "당시에 그렇게 여권도 못 받고 그런 적이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투표를 못하게 됐잖아요. 투표 의미가 없어요. 여권이 없으면"하고 말하는 재일 동포 A씨. 재일 동포 B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되었을 땐 한국에 전혀 갈 수가 없었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 동포 3세 변호사는 일본 내 극우단체 혐한 세력에 맞서 싸운 전력의 소유자다. 이 변호사 또한 여권 발급에 애를 먹어 영사관을 찾아간 적이 있다. 일본에서 재일동포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을 최초로 입증해내기도 한 변호사. 재일 동포 3세 변호사인 그는 "변호사로서 한국하고 일본을 이어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단 생각이 많아서 2011년 가을 경에 영사관을 찾아갔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사관은 재일 동포들에 적용되는 등록 제도를 갖고 있단 이유만으로 여권 발급을 거절한다. 이에 그는 "그게 진짜 말이 안되는게 나는 재일교포의 차별 반대를 위해 살아왔고 나한텐 한국이 정다운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고 그런데 나의 갱니적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조선적 제도 하나를 가지고 나를 위협으로 낙인찍고 편견을 갖는 거죠. 그게 난 너무나도 억울하거든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이 사람은 그렇게 본다"라고 얘기한다.
시민단체 '몽당연필' 김명준 사무국장은 "화가 나서 싸우는 분들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싸우면 이 영사관하곤 아예 안 보겠단 각오가 있어야 그럴 수 있거든요. 쉽지 않죠. 국내와 인연을 맺고 사업을 하는 분들도 그렇고 더 심하죠"라고 말했다. 일본 군마현. 김마리 씨 가족은 일제강점기 때 부모가 일본에 정착해 4대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
2003년 경 한국에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여권 재발급은 해주지 않았다 한다. 조선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이유였다. 재일동포 김마리 씨는 "저희 부모님은 독립 운동, 응당 조선학교를 세우는 사업에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든 힘을 다 하셨기 때문에 응당 그 학교에 다녔고 우리말과 글을 다 뺏긴 시기에 그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저는 부모를 부정하란 걸로 생각이 들어서 대사관에 말씀을 드렸습니다"라고 대사관에 가 이야기를 했던 사연을 전한다.
이에 대사관은 소속된 모임에서 탈퇴하겠단 내용증명을 보내라 요구한다. 김마리 씨는 여권을 얻기 위해 신청을 한 것일 뿐인데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해서 황당했다고 전했다. 이런 심리적 압박 또한 국정원의 공작이었다고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 제보자는 전한다. 국정원의 공작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재일동포의 일본 여권 신청과 재발급 건수는 급감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여권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을 직접적으로 겁박하는, 직접적인 위해 행동이에요. 그런데 이것은 해외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국내에선 전혀 몰랐을 것"이라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말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여권법 시행령을 바꾸었고 '사상'에 따라 자유롭게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게 하였다.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재외 국민의 여권 발급을 중지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장유식 변호사는 "시행령을 통해 편의적으로 국회나 이런 감시를 받지 않고 행정부가 바로 재외동포의 인권을 바로 제한했단 점에서 그 자체로 위헌성이 있다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한상희 교수는 "국민이 국내에 있든 국외에 있든 관계없이 그 국민의 정치적 성향, 이념 등을 분석하면서 그들의 국민될 자격을 인정하거나 부정하거나 또는 선거권이나 투표권이나 이런 걸 결정하겠단 건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 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PD수첩 측은 또 다른 제보자를 통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국정원의 행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해외 공작관 B는 "제 경험상 이건 큰 문제가 있다. 내용증명 보내라 한 것도 이건 겁박을 한 건데 이의를 제기한다거나 소송을 걸면 감당이 안돼요. 본부에 정식으로 보고를 올렸어요. 이거는 조금 시행해보고 문제가 되면 중단해야 하겠다고 했더니"라고 말한다.
다른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그렇게 주장을 한 분을 간첩으로 몰기 시작했다"고 증언한다. 전 공작관 B는 "저를 간첩으로 낙인 찍기 위해서 작업을 시작하는 겁니다. 통신감청에 나왔던 자료들을 비밀누설이라고 내가 다 발설했단 식으로 이제 간첩으로 그럼 간첩을 잡았으면 형사처벌을 해야지 왜 해임을 시킵니까?"라고 황당했던 상황에 대해 전했다.
이명박 정부와 원세훈의 국정원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원세훈 원장의 뒤를 이어 이병기 국정원장이 임명됐다. 제보자인 전 해외 공작관은 "이런 말씀을 많은 직원들이 보고 원장이 보고 있는 앞에서 구두로 보고를 드렸어요. 원세훈 원장 시절에 부적절하게 정치에 관여함으로써 우리 해외정보 영역을 국내 정치에 동원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제보자는 다른 이들이 보는 앞에서 이의제기를 했고, 이어 하얀 방 고문을 당했다. 그런데 이후 그가 겪었다는 일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이쪽에서 계속 서 있거나 아니면 저 문 앞에서 서 있거나, 아니면 이쪽 화단 앞에 앉아서 하루종일 있거나"라고 전 공작관은 증언한다. 감시와 미행은 일상이었고 무단 침입을 시도한 적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는 그가 찍은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보자의 아내는 "딸한테 전화가 왔어요. 혼자 있는데 아저씨들이 아빠를 봐야 한다고 문을 열어달라고 한다는 거예요"라고 당시 상황을 전한다. 강제로 들어오려는 국정원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손가락을 다쳤다는 제보자의 아내. 아파트 단지 안에 멈춰있던 차가 그를 향해 돌진해온 적도 있었다. 이는 증거 영상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그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2015년 7월, 국정원 직원 45살 임 모 씨는 숨진 채 갑자기 발견됐고, 이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한 두 명씩 숨지기 시작했다. 김용민 의원은 "국정원 직원들이 사망한 사건들이 굉장히 많이 발생했죠. 대부분 자살 사건이고. 그런데 그분들이 사망했을 때 특징을 보면 국정원에 중요한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실무 책임자였던 한 분이 괴로움에 못 이겨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졌거든요. 실제로 제보자 같은 경우에도 그런 내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기 대문에 자신이 국정원에 대해 반기를 든다는 것에 생명의 위협을 많이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이후 국정원은 조사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제보자의 변호인 김인숙 씨는 국정원이 말을 자꾸만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는 서류로도 남아있다. "만약에 조사조차 안 했는데 고문을 당해서 이렇게 아프다고 진단서까지 제출하는 직원을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가 장이라고 하면 '뭐 이런 놈이 다 있나'라고 하고 이건 파면하죠. 바로 징계죠. 징계해야죠, 징게. 이걸 갖고서 했어요, 안 했어요. 서류가 있어요, 없어요 할 게 뭐 있어요. 거짓말 한 거죠. 새빨간 거짓말"하고 김인숙 변호인은 얘기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정원의 주장을 즉각 받아들였고 제보인의 주장을 기각했다. PD수첩 측은 3일간 하얀 방 조사 관련에 대해 국정원 측에 물었다. 국정원은 가혹행위를 하며 감금, 신체 구속 등으로 고문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고 2012 대선 개입에 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취재를 확대하며 PD수첩 측은 당시 국정원 감사였던 이를 찾았다.
그는 국정원에서 나온 이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PD수첩 측이 그에게도 당시 감사에 관해 확인해보았다. 당시 국정원 감사관실 감사실장에 제보자에 대해 물으니 "OOO 잘 알아요. 일본에서 근무하고 굉장히 능력도 있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3일 동안 감사를 받은 건 알고 있냐 질문하자 "그 예산 사용 문제 때문에"라고 말했다. 당시 감사 조사보고서가 남아 있냐 물으니 "당연히 남아있어야죠"라는 답이 돌아온다.
"굉장히 큰 사무실 내에 이렇게 한쪽에다 공간이 한 3분의 1 정도 될 것 같아요. 대화내용이, 다른 사람도 있고 개인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공간은 넓지가 않을 겁니다"라고 당시 감사실장은 PD수첩 제작진에 얘기했다. 전 국정원 해외 공작관은 "이런 이야기를 공적으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떨리고 두렵다"고 말했다.
"그런 조직을 나중에 누군가 되돌아봤을 때 그게 옳은 일이냐고 되물었을 때 전 한 줄 남기고 싶었어요. '저항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정치개입에 반대하다 고난의 길을 겪는 분들도 있었고 저처럼 역사적인 죄가 될 수 있는 사항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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