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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르는 공룡 조직 LH…개혁 넘어 해체까지 본문
투기 의혹의 중심에 있는 LH는 최근 일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방언이 알려지면서 성난 민심을 자극했다.
우선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3기 신도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한 2018년에만 후보지였던 과천지구의 문건과 창릉지구의 도면이 유출됐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특히 LH는 자체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해 버렸다.
LH가 여태껏 자발적으로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 검경 수사를 의뢰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LH가 퇴직자들이 대표나 임원으로 있는 기업에 전관예우 차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현직 직원들의 소행이라고 추정되는 망언이 잇달아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공분이 일었다.
LH가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 4일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적반하장식 글이 올라와 물의를 빚었다.
전날까지도 거친 언사로 국민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블라인드에는 해당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하다.
LH는 블라인드에서는 현직 외에도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된다며 해당 글의 게시자가 현직 직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해명했으나 비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혁신 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부 통제와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공룡 조직을 수술대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LH는 2009년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가 합병돼 탄생한 공기업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직원 9천500여명에 자산 규모만 184조원에 달한다.
정치권에서는 LH를 해체 수준으로 분리하거나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 단체 등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지정을 원천적으로 무효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LH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이 많았다고 인정하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규 택지 조성부터 분양, 주거복지 등 거의 모든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현 LH의 비대한 조직으로는 새로운 주거복지 시스템을 유연하게 정착시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변 장관의 발언은 변화한 주거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LH의 기능과 위상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런 선택지는 2·4 공급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켜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방침에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업과 2·4공급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LH를 해체하거나 신도시 사업 추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권 교수는 "시장 경제에서는 분업화해야 생산량이 늘어난다"며 "조직이 비대한 LH는 추후 택지 개발, 주택 공급, 주택 관리, 주거 복지 등으로 조직을 분리해야 전문성이 높아지고 투기 방지에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를 빼고 3기 신도시 사업과 2·4대책을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칫 주거 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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