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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구원자강박증 본문
안철수가 정치에 나오던 때가 기억납니다. 처음 입질이 올 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였죠. 오세훈이 보수의 꼬깔꼰이 되고, 빈 서울시장 자리에 대한 논의가 오갈 때였습니다. 박경철과 토크콘서트를 하면서 전국을 돌던 안철수는 당시 이미 '새 시대의 희망' 젊은이들의 멘토'같은 이미지로 떠오른 때였습니다. 워낙 미담만 알려져 있던 상태였기에 흠결 없는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었죠.
그 당시 서울시장을 꽤나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총괄이사를 만난 후, 서울시장을 양보(?)했다는 훈훈한 미담은 그의 인간됨됨이를 더욱 강조했죠. 당시는 그랬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슈뢰딩거의 안철수다운 선택이었습니다만.
- 일단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간보는 안전지향성
- 최소 서울시장급의 판이 아니면 뛰어들지 않는 대담한 스케일
- 동시에 철저히 말을 아끼고 신비롭게/답답하게 보이는 소통 방식
- 아버지께 묻는 효자
아무튼 판이 작았던(?) 서울시장 자리를 뒤로 하고, 안철수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것은 2012년 대선이었죠. 정말로 큰 판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 안철수가 외쳤던 출마의 변을 기억합니다. 자신은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이라고,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 이제야 깨닫습니다. 마라토너로서의 자기 재능을 복선으로 깔아놓은 것이군요. 떡밥 회수 ㄷㄷㄷㄷ
아무튼 그렇게 한국 정치의 메시아라도 된 것처럼 등장했지만, 일이 손쉽게 풀리진 않았죠. 당연한 일입니다. 비슷한 정치 초보라곤 해도,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제1 야당의 후보이며 (초선이지만)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인권변호사로서의 경력은 제외해도,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청와대 내외부의 일을 직간접적으로 관장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정치의 최전선에 서있던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원부대에서 경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의 정치 경력은 말 그대로 일천했죠. 그때까지 그의 경력은, 벤처기업가, 사기업 사외이사, 교수 등에 그쳤습니다. 보기 좋은 사회명망가의 경력이었죠. 그리고 어떤 피선출직에 출마한 경험도 없이 대선에 뛰어든 정말, 겁없는 신인의 도전이었습니다. 물론 무지 쎈 신인이었지만요.
아마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로부터 양보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가정을 해봅시다. 안철수는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사람으로 거대 야당의 후보자로부터 양보를 받아 단일화를 이룩하고, 가상 1대1 대결에서처럼 박근혜를 이기고 대통령이 된다. 정말 드라마같은 그림이 그려집니다. 현실성 없는 판타지 드라마같지만요.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국가를 잘 이끌어 나간 후에(안철수의 '생각'대로) 은퇴한다는 그림까지도 그렸을 것입니다. 실패하지 않고 완주하는 리더의 모습. 아마 2012년 큰 결정을 내리면서 그가 그렸던 마스터플랜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죠. 단일화에 대한 압박은 결국 그로하여금 어떤 결심을 하게 만들었고, 그는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계획을 이루지 못한 중도포기로 간주해봅시다. 민주당의 반발이 생각보다 심하고, 자신의 구원자 이미지에 흠결이 가게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미지에 손해가 가지 않는 방법은 대승적 양보밖에 없습니다. 자신은 상황이 마뜩지 않아 중도포기하는 것이지만, 대승적 양보의 모습을 띈다면 차후를 도모해볼 수 있습니다. 세상 일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구원자적 양보로도 대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철저하게 정치인 안철수 입장에서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박XX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2012년에 대통령이 되었다면, 자신의 구원자 이미지가 약해질 뿐 아니라, 잘해봤자 여당 내 야당 같은 포지션 밖에 안 됩니다. '새정치'의 사명을 가진 새로운 정치인, 뉴타입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당시 정부와의 대립각이 필요하죠. 박XX이 되는 것이 안철수에게는 이득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항상 안전한 선택만 했지만) 국회의원이 되고, 민주당과 합당도 하고, 당대표도 하고, 지방선거도 지고(;;), 탈당도 하고, 제 2 창당도 하고, 대선에서 지고, 제 3 창당마저 하고 (역시 벤처기업인!), 서울시장에도 나오고(???), 또 지고, 독일로 갔습니다. 한 문장으로 축약했지만, 안철수의 선택은 항상 안전지향적이었지만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으로 보이고 싶었습니다. 철저히 항상 구원자 같은 선택을 하는, 위험수를 감수하는 정치인으로 보이고 싶었죠.
- 처음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될 때도, 그의 선택은 당시 새누리판이었던 부산이 아니라 서울(노회찬 지역구)
- 민주당과의 합당도 새정치국민모임이 잘 되지 않자 행했던 안전한 선택
- 국민의 당을 만들 때도 자신이 주창한 "새정치"에 맞는 인물이 아니라 전남북의 네임드를 데려가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
- 제 3의 창당도 유승민이라는 네임드를 껴서 안전을 도모
-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패배한 후 독일-미국을 거치면서 혼란한 정국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
그의 정치적 선택을 간략히 요약하면,
- 슈뢰딩거의 고양이: 언제 어떤 선택을 할 지 알 수 없음, 양자정치학
- 안전하지만 위험한 선택: 실상 늘 안전지향적인 선택을 내리는 경영자적 마인드지만, 마케팅은 리스크테이킹하는 것을 포인트로 함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후자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구원자적 이미지입니다. 이제야 '새정치'의 의미가 새정치가 아니게 되었지만, 세계 최초 양자정치학자로서 극중주의라는 새로운 이론을 창시한 사조답게 그는 여전히 구원자에 매달리는 듯 보입니다. 지금의 더러운 정치판에 몸을 담그지 않고(사실 살짝 발을 뺀 것이지만요), 나중에 혼란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총선이 개판났을 때), 돌아와서 어느 측이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쪽에 구원자로 등장하는 것이 그의 다음 마스터플랜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진영이 새누리쪽일지, 반새누리쪽일지, 혹은 제 3의 길(또???)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천착하는 것은 민중을 구원할 메시아 이미지이며, 그를 통해서 대통령이 되는 것이 그의 목표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번은 착각해도 두번은 속지 않습니다. 이미 그의 양자정치는 유권자들의 관찰 영역에 들어왔고, 그의 이중슬릿은 하나로 정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어떤 상태일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알게 될 것이고 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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