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오만과 편견 그리고 레깅스

lk_ch 2020. 6. 15.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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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woman in possession of a good body must be in want of a leggings."
"몸매에 자신이 꽤 있는 독신 여성은 꼭 레깅스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흰색, 파란색 그리고 핑크색의 스타킹 같은 무언가로 하반신을 칠갑하고
헬스장과 거리에서 열심히 다리를 놀리는 여성들 사이에 끼어있었다.
전립선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레깅스였다.

누군가는 불편하다고 말했지만, 업계에서는 포상입니다.
물론 나도 초연히 길을 걸어가다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큰 골반과 작은 레깅스의 여인네와 마주치면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고민하다가 상대방이 부끄럽지 않도록
다리 대신 가슴을 봐야겠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많았다.

사람들은 항상 상상했다.
저 치마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바지를 내리면 무엇이 나올까?
은밀한 상상력은 사람들의 옷을 얇고 가볍게 만들었다.
이제 사람들은 골반부터 엉덩이 그리고 허벅지까지
몸에 착 붙어있는 껍질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며 파워랙에서 스쿼트틀 한다.

욕망을 드러내고 이용하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레깅스로 몸매를 과시하고
또 누구는 레깅스로 몸매를 숨기고
맨살을 숨김으로써 섹스어필을 하고
반대로 섹스어필을 차단하기 위해 맨살을 숨기는
기기묘묘한 발명품이다.

아무도 드러내지 못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 모두가 드러내는 시대를 지나서
이제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드러내는 시대가 도래했다.

구글에서 레깅스를 검색하면 '레깅스 심리'가 가장 먼저 연관검색어로 뜬다.
이게 궁금한 것은 레깅스를 못 입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레깅스를 입는 사람들일까?
몸매가 좋으면 빛이 나지만 몸매가 안 좋아도 별 티는 안 나는 게 레깅스인데
우리는 왜 서로의 눈치를 보며 이 좋은 것을 두려워하고 사람들의 심리부터 살피는가

"Prejudice disabled me from falling in love with others with leggings and pride shuns others away from me wearing leggings."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의 레깅스 입은 모습을 사랑할 수 없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내 레깅스를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

-제인 프로틴, '오만과 편견 그리고 레깅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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